제로금리 시대: 금리가 낮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에서 벗어난 후에도 상당 기간 금리는 0%에 머물거나 0%에 가깝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키이쓰 웨이드(Keith Wade),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전략전문가
저금리 기조는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단기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로 10년 이상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앙은행들이 경제 활동 지원에 “올인”하면서 금리는 더 하락했습니다.
현재 공식적인 기준금리는 유례없이 낮은 수준이며, 영국에서 집계를 시작한 이래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유로존에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차트 1a 참조).
다만 지금의 상황이 독특한 점은 국채 금리 수준도 낮은 것입니다. 정책입안자들은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강화함으로써 장기채권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는 데 일조했습니다(차트 1b 참조). 많은 시장에서 단기 금리만 “제로” 수준이 아니라 채권금리 역시 0%에 가깝습니다.

원래 활동이 증가하면 금리도 상승하지 않느냐고요? 저희 생각은 좀 다릅니다. 이러한 저금리 환경이 한 동안 유지될 수 있다고 봅니다. 경제 활동이 2021년 하반기에 상당 폭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금리가 그 뒤를 따를 가능성은 낮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열쇠를 쥐고 있다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 전망입니다.
경제가 재개되기 시작함에 따라 가격이 상승 압박을 받을 것입니다. 거래가 더 활발한 제품 섹터에서는 예를 들어 운반 비용이 대폭 상승하면서 일부 병목 현상도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일시적인 영향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노동시장에 유휴 생산여력이 상당량 존재하는 가운데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격의 일시적인 상승이 인플레이션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임금이 상승하고 가격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는 현상이 나타나야 합니다. 전 세계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추정치를 크게 상회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6.7%에 달하며, 이는 4% 이하인 자연실업률 추정치보다 훨씬 높습니다.
실업률과 임금 간의 상관관계는 최근 몇 년 동안 약화되었지만,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 기간 임금은 일종의 디플레이션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차트 2 참조).

산출량 격차(Output Gap)가 미국에서는 2022년 중반까지, 영국과 유로존은 그보다 더 늦게까지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압력은 2021년 하반기 경제가 재개되면서 잠깐 상승한 후 2022년 후반까지 서서히 감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전망이 정책입안자들에게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인플레이션이 낮은 상황이고 중앙은행들도 과거 정책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에 지나치게 엄격하여 디플레이션을 유발하기 쉬웠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번 사이클의 인플레이션 목표를 평균 2%로 변경한 연준(Fed)의 결정에서 가장 확실하게 드러났습니다. 과거에는 인플레이션 목표가 2%를 유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한 동안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다가 잠시 목표치를 뛰어넘은 후 다시 평균적으로 목표치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환경에서는 경제가 침체기를 벗어남에 따라 연준이 일정 기간 금리는 낮고 정책은 느슨하게 유지하여 새로운 목표치를 달성하려 할 것입니다. 그러한 움직임은 고용 목표를 최대한 달성하여 보다 많은 가족과 지역사회가 경제 성장의 수혜를 공유할 수 있도록 연준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물론, 일정 기간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위기 동안 증가한 유동성이 어떻게 사용되고 코로나의 장기적 영향이 자연실업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존재합니다. 둘 중 어느 것이든 글로벌 수요의 증가나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결과적으로 가격의 상승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더 높게 지속될 위험이 남아 있지만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이전 세계 경제에서 자리를 잡았던 디플레이션 추세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 믿습니다.
한 가지 이유는 단순하게 세계 경제의 부채 수준에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선진국 경제의 국가부채는 2차세계대전 이후 본 적이 없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차트 3).

높은 국가부채 수준은 저금리 기조를 강화할 것
일각에서는 높은 부채 수준을 인플레이션 상승의 전조 현상으로 보고,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의 가치를 낮추려 시도하고 성공할 것이라 의심합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를 보면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높은 부채 비율이 성장에 제약이 되었습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민간 영역은 부채 비율이 높으면 추가로 대출을 받으려는 의지가 감소하므로 통화정책의 효과가 제한을 받습니다.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모두 소진된 상태인 것입니다.
다른 지역도 같은 방향을 향하는 조짐이 보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진작부터 통화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상태이고, 지정 리파이낸싱 제도를 통해 은행 섹터에 상당한 지원이 제공되고 있으며, 중앙은행은 대규모로 자산을 매입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영국은 금리가 아직 플러스 상태입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실물경제에서 통화정책은 그리 효과적이지 못했습니다.
일본과 다른 지역 경제들 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는 그들이 동일한 디플레이션 경로를 밟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 유로존에서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회복 법에 의해 확인된 바와 같이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통해 수완을 좀더 발휘해볼 여지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좀더 멀리 보면 미국과 영국에서 부채 수준이 GDP의 100%를 상회하고 두 나라 모두 상당한 보건의료 부담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여력은 보다 제한적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중앙은행에 대한 저금리 유지 압박은 강하게 지속될 것입니다. 단지 전반적인 정책적 부양 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높은 부채 수준이 지속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미국 연준도 일본 중앙은행처럼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본에서는 국가 부채를 지속가능한 궤도 상에 유지하기 위해 저금리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플레이션을 촉진하고 높은 재정적자와 부채 유지를 원활하게 할 필요성은 세계 경제의 회복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정책 고삐를 느슨하게 유지할 필요성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팬데믹을 졸업한 후에도 상당히 오랫동안 저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전망을 고려할 때 금융시장에서는 수익률 추구하는 투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제로금리” 환경에서 벌어지는 투자자들의 치열한 수익률 탐색 활동은 변동성과 버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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