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시장이 진입하는 미지의영역
기록적인 수준으로 미국채가 발행되고 있지만 그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연준은 안정적인 수익률 유지를 위해 향후 공격적으로 대차대조표를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크리스티앙 미(Kristjan Mee), 리서치 및 애널리틱스, 전략 담당
미국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고 있지만 팬데믹의 영향을 완화시키기 위한 비용 또한 적지 않습니다. 미국 정부의 적자가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당국의 추가 자금 조달은 신규 국채 발행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기록적인 공급이 이루어지면서, 국채 보유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연준이 1조 5천억 달러 상당의 채권을 매입했던 지난 3월의 상황은 수요와 공급의 변화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앞을 내다 봤을때 두 가지 주요 질문이 제기됩니다:
- 지속적으로 과도한 물량이 공급되는 국채의 매입 주체는 누구인가?
- 국채 시장에서 변동성이 다시 대두될 것인가?
국채 소유주는 어떻게 변화되었는가?
21세기가 시작된 이후 몇 년을 제외하고는, 미국은 지속적으로 예산적자를 기록해왔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중국 및 산유국에서 대규모 흑자를 통해 이 적자에 대한 지원 자금을 조달해왔으며, 이는 글로벌 외환 보유고 축적에 따른 공생관계를 의미합니다.
금융 위기가 미국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던 반면, 해외 공공기관, 주로 이머징시장의 중앙은행들은 지속적으로 보유고를 축적하고 재무부 채권을 비롯한 미국의 자산을 매입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는 2015년에 발생했습니다. 당시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 감소와 국내 자본 유출로 인해 해외 자산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까지 중국의 장기 재무부 채권 보유고는 1조 3천억 달러에서 1조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더불어 2015년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하락도 여러 원자재 수출 국가들의 경상수지 흑자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미 달러화 외환 보유고는 2014년 7조 5천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2017년에 7조 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하락하여, 이후에는 과거 최고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국채를 매입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의 빈약한 수요를 상쇄할 정도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세계 외환보유고는 2015년 43%라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2020년 2분기 기준, 국채 시장에서 나머지 지역의 비중은 29%로 하락했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난 공백을 채운 국내 매수인들은 누구일까요?
아래 도표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국채 보유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가계 부문에서 최고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물론 가계라는 항목은 개인의 국채 매입을 포함하지만, 다른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 시장 참여자 모두를 포함하므로 사실상 잔존 항목을 의미합니다. 가계 부문의 보유 증가는 헤지 펀드 같은 레버리지 기반 투자자의 활동을 반영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국채를 매입하면서 동시에 국채 선물을 매도하여 소규모 차익을 챙기는 상대가치 전략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금융 위기 이후 더욱 엄격해진 환경에서 은행에 제약이 가해짐에 따라 헤지 펀드는 이익을 쫓아 공격적으로 진입했습니다. 이 전략에 투입된 펀드의 정확한 규모는 알수 없지만 최고치의 경우 투자자들의 익스포져는 수 천억 달러에 달할 수 있었습니다.

국채 시장의 갑작스러운 중단
레버리지 기반 투자자들의 국채 보유 증가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미미한 수요가 가져온 결과는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의 정점에서 분명해졌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급격한 전파로 인해 초기에는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에서 안전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국채 수익률이 하락했습니다. 이후 수익률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2020년 3월 9~18일 사이에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0.5%에서 1.2%로 두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유동적인 시장이 거의 중단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채 매입 및 매도가 상당히 어렵게 되었고 이는 전체 금융 시스템에 큰 충격으로 작용했습니다.
연준에서 채권을 무제한 매입하고 중앙은행들에게 달러 유동성 스왑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나서야 국채시장은 안정되었습니다.
당시 상황에서 알게 된 주요 교훈은 국채 수익률은 금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와 같은 같은 전통적 요소뿐 아니라 수요와 공급에 대해서도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기록적인 예산적자는 누가 지원할 것인가?
미국 경제가 점차 회복되는 가운데,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비용은 여전히 누적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말 기준, 12개월 연속된 미 예산적자는 경기부양 패키지법(CARES Act)으로 인해 기존의 대규모 적자에 2조 달러 이상 증가한 이후 3조 달러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미국 의회가 수 조 달러 부양책을 승인할 수도 있습니다. 조세수입 감소까지 고려할 경우, 미 예산적자는 GDP의 20%에 육박할 것입니다. 미 재무부는 적자를 충당하기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급격하게 발행을 증가시켰습니다. 12개월 연속 기준으로 순 발행액은 4조 달러에 달합니다.
다음 경기 부양책이 통과되는 시기에 따라 국채 발행량이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재무부는 잔존 채권의 가중평균 만기 증가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국채 발행은 수익률 곡선을 따라 변동할 것입니다.
핵심 질문은 대규모 예산적자와 관련하여 누가 큰 금액의 발행을 지원하냐는 것입니다.

미국 민간 부문의 급격한 저축 증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미국 내 민간 부문의 저축율은 급상승했습니다. 가계와 기업 모두 예비적 저축을 늘리고 투자를 줄였기 때문입니다. 민간 저축 증가는 대규모 공공 적자에 대한 자금조달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와 투자의 급격한 하락은 우선적으로 민간 저축의 대폭 증가로 이어졌는데, 대표적인 예로 미 가계 부문의 저축률이 4월 34%로 증가한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위기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현재의 적자 상황이 소비자 지출을 더 직접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4월에는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경기부양 패키지법(CARES Act)의 일환으로 1,200달러의 지원금을 받았습니다. 더불어 수백만 명의 실업자들이 추가로 7월말까지 600달러의 주간 실업수당을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소매 매출은 코로나19로 인해 감소된 것 이상으로 훨씬 더 회복했으며, 가계 저축률은 8월말 기준 14%로 하락했습니다. 동시에 미국의 실업률은 7.9%로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경제가 정상화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민간 저축에 대한 압력은 커집니다. 실업자들은 저축과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하게 되고 저축률은 더욱 낮아질 것이며 민간 부문의 국채수요도 낮아질 것입니다.

외화 저축이 구원이 될 것인가?
2008년에서 2013년까지 외국인들의 미 국채 보유는 3조 달러 이상 증가했습니다. 향후에 이 정도의 규모로 이런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첫째, 전 세계 저축 상황은 코로나 19로 인한 충격발생 이전보다 더 낮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2009년 4.8% 대비 GDP의 1.2%에 불과합니다. 유가가 급격하게 증가할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석유 수출국들의 대규모 흑자는 옛날 일이 된 것입니다.
둘째, 대부분 국가들이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영향을 해결해야 하므로 전 세계적으로 저축은 더욱 감소할 전망입니다. 예를 들면, EU는 유럽 회복 펀드 자금 조달을 위해 향후 몇 년에 걸쳐 7,500억 유로 상당의 채권을 발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미국은 여전히 글로벌 기축통화(reserve currency)를 발행한다는 ‘터무니없는 특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추가적인 달러 약세로 인해 이머징시장의 중앙은행들이 미 국채 보유를 늘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머징시장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의 과도한 평가절상을 방지하기 위해 보통 달러를 매입하면서 개입하게 됩니다.
달러준비금 매입의 가장 확실한 출처는 아시아 지역에서 경상수지 흑자를 달성하고 있는 여러 국가들입니다. 이 국가들은 이미 상당한 외환 보유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시장에 개입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대만과 싱가포르 같은 국가들의 보유고는 3월 이후 상당히 증가했으며, 이는 중앙은행들이 자국통화의 평가절상을 반대하는 입장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좀 더 넓게 보면 이머징 마켓의 중앙은행들의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상당하다는 증거는 많지 않습니다. 지난 5월 짧은 유예기간 후에 해외 공공기관들은 6월과 7월에 장기 국채를 계속 매도 했고 두 달 동안 매도 금액은 400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최종 단계와 연준
향후, 국내 저축과 해외 저축이 막대한 재정 적자를 충당하기가 정말 충분하지 않을 경우, 연준은 다시 개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수익률 곡선관리(Yield curve control, YCC)’는 연준이 자산을 매입하면서 수익률 곡선에서 특정 포인트를 공략하는 정책으로서 최근 몇 달 동안 집중적으로 논의되어 왔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신규 발행에 대한 수요를 보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전략은 이미 일본중앙은행(BoJ)에서 과거 실행했던 것입니다. 2016년 일본은행은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을 거의 0 %에 가깝게 고정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일본은행이 수익률을 제로로 유지하기 위해 채권을 다량 매입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정책은 당시 매수 기대를 통해 효과를 냈습니다.
지난 3월, 1조 5천억 달러 규모의 개입 이후에 미국의 수익률 곡선관리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수요와 공급 간의 상당한 불일치(mismatch)가 발생할 경우, 연준은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신속하게 대차대조표를 확대해야 할 것입니다.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순대출 국가(Net lender)이며, 미국은 순차입 국가(Net borrower)입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확대가 재정적자의 화폐화(debt monetization)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매각하게 되고 달러화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규모 국채발행 시점에 외국인 투자자 및 다른 투자자들의 수요가 불확실하다는 것은 연준이 대차대조표 확대를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특히 미국의 재정적자는 앞으로 상당 기간 동안 유지될 것이므로 투자자들은 기존에 알려진 통화나 경제에 대한 통설의 변화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수익률 곡선의 긴 끝은 변동성에 가장 취약할 것입니다.
오늘의 정책 입안자들의 선택이 향후 몇 년 동안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전면적인 재정적자 화폐화를 위한 움직임이나 심지어 현대 통화이론(Modern Monetary Theory)이 실행되는 것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어쨋든, 우리는 확실히 미지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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