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9년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장기간에 걸친 더딘 회복세로 많은 선진국가들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만 예외적으로, 연준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하였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조차도 최근 고점은 예상되었던 수준에 못 미쳤고, 다시 인하를 하였습니다.
[선진국의 낮은 정책금리]

하지만, 중앙은행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는 금리 인하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방안으로는 양적완화, 선제적 안내, 복수금리 체계, 수익률 곡선 통제, 그리고 헬리콥터 머니가 있습니다. 이들 각 방안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았습니다.
양적완화 프로그램 재개
양적완화란, 국채와 같은 자산을 보험회사나 연기금으로부터 대규모 매입하는 것입니다. 이는 채권 금리를 낮춰 부채비용을 감소시킵니다. 또한, 금융자산의 가치를 상승시켜, 부의 효과(자산 가치 상승으로 소비도 증가하여 경기 활성화되는 효과)도 유발합니다.
양적완화는 완화된 통화정책을 펼치겠다는 중앙은행의 의지를 신호하여 금리 전망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러나, 일부 국가들에서는 중앙은행에서 매입 가능한 국채가 바닥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중앙은행은 채권 보유 비율이 전체 시장의 33%로 제한되어 있으며, 특히 이와 같은 측면에서 매입 가능한 독일 국채가 제한적인 것이 관건 입니다. 물론 이러한 제한은 유럽중앙은행이 자체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변경 가능합니다. 그러나 국채 수익률이 이미 현저하게 낮아, 양적완화 프로그램 확대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중앙은행은 또한 양적완화 명목으로 매입하는 자산의 범주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미 연준은 양적완화의 범주가 국채 및 모기지 담보부증권에 제한된 반면, 유럽중앙은행은 이에 더하여 회사채권도 매입하였습니다. 일본중앙은행은 양적완화 프로그램 명목으로 주식과 부동산을 매입합니다.
하지만, 주식이나 회사채를 매입하는 것은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우려를 야기시킬 수 있는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에서 주주로서 의결권 행사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미 연준에서는 현재 규제적으로 기업자산을 매입할 수 없습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은 기업 주식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선제적인 안내
선제적 안내는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미래의 통화정책적 의도에 대해 사전에 신호를 주는 것입니다. 이를 활용하여, 중앙은행은 금리를 실제로 조정하지 않고, 금리 전망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선제적 안내의 가장 유명한 사례는 아마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의 2012년 코멘트로, 유로화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란 선제적 안내였습니다. 이는 재정 환경을 완화시키는데 일조하였고, 2011-12년에 유로존을 힘겹게 만든 국채금융위기 종료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선제적 안내에는 한계가 있으며 중앙은행들은 정책 방향을 미리 선포함으로써 스스로의 손과 발을 묶어버리게 됩니다. 선제적 안내를 하고 그것을 실현시키지 않는다면, 신뢰도에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크 카니(Mark Carney)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금리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면서 “믿을 수 없는 남자친구”란 별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복수금리 체계
마이너스 금리는 부채비용을 낮추고 은행들의 여신활동을 장려하여 경제를 활성화 시킵니다. 하지만, 은행 수익성을 압박(대출이자 감소)하는 부정적인 영향이 있습니다. 중앙은행들에서 마이너스 금리의 지속가능성을 개선시킨다면, 은행들은 장기적으로 저금리를 약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규제당국은 은행에서 일정 규모의 지급준비금을 보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에서는 이러한 지급준비금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수 있습니다. 남은 예치금 잔고에 대해서는 더 높은 금리를 적용 가능합니다.
은행의 전체 예치금 중 일부에 대해서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함으로써, 은행의 수익성을 보호할 수 있습니다. 복수금리 체계는 여러 국가 경제권에 소개되었으며, 유럽중앙은행에서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수익률곡선 통제
2016년 일본중앙은행이 양적완화의 한 방법으로 수익률곡선 통제를 도입했습니다. 중앙은행이 국채매입 규모를 조정하며, 국채수익률이 목표치인 0%에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이를 통해 일본중앙은행은 국채 매입규모를 줄이면서도 수익률은 0%에 가까운 수준에 머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양적완화의 지속가능성을 개선시킵니다.
이것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본다면, 수익률 곡선 통제는 금리와 환율 변동성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익률곡선 통제 이후 일본 국채수익률과 미 달러-엔화 환율]

*출처: Thomson Reuters Datastream, Schroders Economics Group, 2019년 6월 17일.
미 연준에서도 채권수익률을 목표치에 맞춰 통제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표했으며, 실제로 이와 같은 정책을 펼친 적이 있습니다. 1942년에 미 연준에서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재무부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 위해 장기 국채수익률을 2.5% 로 상한선을 두고 제한했었습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며, 정부와 중앙은행 간 서로 상이한 목표로 인해 정책을 되돌리는데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헬리콥터 머니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내고 시장에 직접 풀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성격의 자금을 ‘헬리콥터 머니’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불리는 것은 마치 한 도시 위에 헬리콥터가 돌아다니며 공중에서 돈을 뿌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헬리콥터 머니의 단점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재정건전성과 정부로부터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
비슷한 아이디어로는 정부부채의 화폐화가 있습니다. 이것은 중앙은행에서 정부발행 채권을 직접 매입하여 자금 조달하는 것입니다. 이는 대부분의 중앙은행에서 불법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미 정부가 낮은 부채비용으로 자금 조달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재정정책이 나서야 할 차례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에 대해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현재도 활용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습니다. 연준과 영국중앙은행은 금리를 인하하고 양적완화를 재개할 수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 또한 양적완화를 재개할 수 있고, 사적 자산 매입으로 이를 확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중앙은행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된다면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정책(예를 들어, 세금과 재정지출)을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은 적어도 재정지출을 늘릴 수 있는 조금의 ‘재정적 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는 부채 지속가능성을 감안할 때, 가장 재정적 여력이 적습니다.
경제가 다시 하락 국면에 접어들때, 중앙은행과 정부 사이의 합동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국가들은 잘 버텨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정치적 제약과 재정적 여력이 적은 것을 감안할 때, 특히 유로존에서는 이러한 측면에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Topi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