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 여력이 이머징 시장의 강점이 되는 이유
“단지 한 사람만이라도 모든 것에 대해 완벽히 알고 있다면,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오직 신적인 존재만이 모든 것을 완벽히 알고 있으며, 그는 주식시장을 관리하지 않는다.” - 로버트 스키델스키, “케인스: 장인의 귀환”

이머징마켓은 경기둔화 및 장기간의 저금리 국면에 놓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우위를 갖추고 있는 면들이 많습니다. 만약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한다면, 이머징 국가들은 다시 한번 경기 부양책들을 펼칠 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중앙은행: 완전 장전
지난 십여년간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생활 수준이 크게 개선되면서, 선진국과 이머징마켓 국가 간의 “동조화” 현상에 대한 논의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통화정책의 측면에서는 선진국과 이머징마켓 국가간의 동조화는 아직 먼 미래의 일로 보이며, 이는 이머징마켓 국가들에 오히려 잘된 일입니다. 경기 둔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 선진국들은 어려운 부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일부의 경우, 이미 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에 머물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저축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금리를 더 이상 인하 조정할 여력이 없어 보입니다. 그 결과, 양적완화나 다른 비전통적인 부양 정책들이나 도구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에게 미루어 두어야 할 최후의 대응수단이 아닌 가장 먼저 꺼내들어야 할 카드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경우는 다릅니다. 오랜 기간 활용되고 많은 사례들로 증명된 교과서적 수단들로부터 벗어날 필요가 없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감안되지 않은 명목금리는 대개 플러스 수준이며, 실질금리(명목금리에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금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정책 입안자들은 아직 금리가 최저 상태로 가는 것을 우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은 그러한 여력이 현재 없기 때문에 양적완화의 영역으로 선회한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현재의 중앙은행 정책들은 고-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적습니다. 경기 부양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지원 조치를 제약할 요인은 없습니다.
이머징마켓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2018년에 인플레이션에 대응하여 비교적 공격적인 금리정책을 취했기 때문에 많은 경우 방금 언급한 통화 완화 여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연준은 금리를 인상하면서 매파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미국 같은 선진국들은 2019년에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였었습니다.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금리 인하를 단행했던 때에도, 인하폭은 크지 않았고 실질금리는 플러스를 유지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미국 연준에서 비둘기파적 입장을 보이며 금리인하 전망을 내비치고 있는 지금, 이머징마켓 중앙은행들이 보인 신중함은 과도해 보입니다. 이와 같은 배경에서 만약 전세계 수요가 둔화된다면, 이머징마켓 중앙은행들은 조금 더 마음 편하게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관리에 우위를 점하다
이머징마켓의 역사적 인플레이션 기록은 앞서 언급된 내용을 뒷받침합니다. 이머징마켓의 성공 사례로 비교적 덜 언급되어 온 것 중 하나는 상당 기간 동안의 인플레이션 하락 추세입니다 (도표 1). 최근 터키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의 급상승을 제외하고, 지난 수 십년간 이머징마켓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추이는 완만한 하향 안정세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머징마켓 중앙은행들 및 그들의 정책 결정능력에 대한 신뢰가 개선된 것도 한 몫 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이머징마켓 중앙은행들의 힘을 강화시켰고, 이들은 수요 감소와 낮은 인플레이션과 같은 전통적인 이유들을 근거로 정치적 이득을 위한 행동이란 비난을 걱정할 필요없이 완화 정책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인플레이션을 잘 통제해온 성과가 뒷받침되어, 소비자 그리고 기업들은 미래의 인플레이션도 완만한 수준으로 지켜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금리 인하로 인해 불안정한 물가 상승이 유발될 것이란 두려움은 과거만큼 크지 않습니다. 상기 언급된 터키의 경우는 안타까운 예외 상황일 뿐입니다.
도표 1: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이머징마켓 (소규모 전투에서는 가끔 패하기도 했지만)

출처: Thomson Reuters Datastream, Schroders Economics Group. 2019년 6월 25일.
재정정책 여력
이머징마켓 국가의 중앙은행들에게 통화정책을 활용할 여력이 있는 것은 명백하지만, 재정정책(예를 들어, 세금과 재정지출) 측면에서는 여유가 거의 없어 보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대부분의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이미 재정적자 상태입니다. 이는 정부의 총 지출이 총 조세 수입을 초과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재정적 부양정책(예를 들어, 감세 및 재정지출 확대)이 재정적자를 확대시킬 수 있지만, 경기침체 국면에서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초기 시점에는 권장되지 않을 것입니다.
IMF에서는 추가적으로 어떤 국가들이 필요하다면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적 자금을 빌릴 수 있을지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이머징마켓 국가들은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재정정책 여력을 갖추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남아프리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는 재정정책 가용 여력이 상당히 제한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IMF분석 결과가 중국에 대해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것이 놀라울 수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재정 적자 규모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두 가지 강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부채에 대한 금리 부담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높지는 않으며, 정부가 부채를 통한 자금 조달을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용이하게 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유로존과 비교했을 때 중국 정부는, 예를 들어 어떠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이를 요구해야 할 때 어려움을 훨씬 덜 느낄 것입니다. 중국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재정지출을 확대하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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